유입로그를 보는데

최근들어 꼬물이와 망고누나를 찾아주시는 방문자분들이 생겨서 행복하던 중에

[캣맘 왜해요?] 라는 검색어 유입을 보았습니다.

 

별말은 아니지만,

할말이 생겨서 한번 써보려구요.

 

 

 

 

 

 

 

 

 

 

 (사진은 제가 챙기는 구역의 단골손님 해피스와 짜몽)

 

저는 3년차 집사입니다.

집사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망고아 함께하며 정말 집사같은 삶을 살고있기 때문이죠.

 

내새끼만 이쁘다 이쁘다 하다가 처음 길친구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준 것이 아마

2013년 1월이었을겁니다.

 

현재 살고있는 동네로 이사오기 전,

잠실의 큰 아파트단지에 살았었는데 1월 얼음같은 추위에

아파트 1층 자전거 세워두는 구석탱이에 한 치즈녀석이 2달정도 되어보이는 아깽이들과 있는 모습을 보았어요.

아마 추위를 피하려 그곳에 온 것 같았는데

어미묘의 얼굴은 이미 생기를 잃었고

아가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똥꼬 발랄.

 

특별한 계기가 된 것은 아니었으나

이 추운데 따뜻한 물이라도 대접해드리려

집에 망고 사료와 고기간식, 그리고 따뜻한 물사발 가지고 내려가 주었던 것이 처음이었어요.

 

그후, 몰래 몰래 챙겨주게 되었고 어느새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오고

날씨가 더워져서인지 저희 아파트 주위에 고양이 배설물 냄새로 주민들 신고가 들어오게 되었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밥만 챙겨주었던 저는 엄마의 반대에 부딪혔고,

학교 갈때나 집에 올때, 오며가며 파우치 하나 들고 다니며

집앞 놀이터 근처에서 애들 밥을 챙겨주었었죠.

 

그러나 의무적으로 매일 같은시간 같은장소 이런것도 아니고

그냥 진짜 오며 가며,

나와 마주치는 아이들에게.

 

 

 

 

 

 

 

 

 

 

그렇게 시작되었던 것 같아요.

그후 그 치즈 어미묘는 또 임신을 하게 되었고

몇몇은 독립하고 몇몇은 그대로 남아

3대째 아이들이 함께 지내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현재 동네로 이사오게 되었어요.

 

 

 

 

 

 

 

 

 

그 후에도 마찬가지로 오며, 가며, 그날 그날 내눈에 보이는 녀석들 챙겨주는 것에 만족하고

주린 배를 채우는 모습을 보며 "봉사"했다는 마음을 가졌던 것 같아요.

 

그 왜 어떤 사람들은 아프리카 난민 모금에 함께 하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그곳의 한 아이를 위해 매달 돈을 보태고 소식을 받기도 하며

또 어떤 분들은 직접 노숙자 밥차에 참여하여 밥을 푸기도 하고

또 어떤 학생들은 재능기부로 벽화 봉사나 초등생들 방과후 교육활동에 참여하기도 하잖아요.

 

정기적으로든 비정기적으로든,

 금전으로든 몸소 직접으로든

그렇게들 봉사하시는 분들도 계시잖아요.

 

 

마치 그런 마음이었어요.

단지 대상이 사람이 아닐뿐.

 

 

 

 

 

 

 

 

그렇게 저는 "비정기적"으로 봉사를 했고.

그러다 해피스를 알게된 것 뿐이에요.

배가 고파도 구내염과 허피스로 아파서 주는 사료도 못씹어 먹는 해피스를 보고

단지 이 아이가 조금이라도 건강해져서 사료를 씹어 먹을수 있게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정기적"인 봉사를 시작하게 된거에요.

 

그리고 기관이나 기구에 모금하여 여러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사랑이 아니라

단 한 아이의 인생을 위해 교육비, 생활비를 매달 보내주고 아이의 자라는 모습을 보는 사람들처럼

그렇게 해피스에게 마음을 나누었어요.

 

 

 

 

 

 

2014/08/10 - [STREET CAT] - 길고양이 허피스 호전, 이제는 이구역 깡패되다.

 

방법적으론 어설플지 몰라도 마음만큼은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약을 먹이며

점점 나아가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뿌듯했던지 몰라요.

 

그리고 성취감도 느껴졌고, 누군가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에 자존감도 많이 높아졌어요.

 

 

 

 

 

 

 

그 구역에 저 말고도 세분의 캣맘, 캣대디 분들이 계셨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저는 그렇게 해피스만을 단독으로 챙기다가

 

다른 길친구들의 눈빛에 결국 이기지 못하고 이제는 사료도 함께 챙겨가요.

 

 

 

 

 

 

 

 

 

그렇게 챙기다보면 교감이랄까

그런 느낌을 받아요.

 

무조건 불쌍해서 챙겨주는 것이 아니라

이 친구들의 한끼를 해결해주고 그로부터 저도 힐링을 받는.

 

저는 물질을 내어주고 그들로부터 정신적인것으로 보상받는.

그러니 나이롱 캣맘이어도 꾸준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나쁘게만 보지 않으셨으면 해요.

캣맘 캣대디 님들은 공존을 원할 뿐이에요.

그래서 어떤 분들은 아이들에게 밥을 챙겨주는 대신

그 주변 청소를 도맡아하시기도 하세요.

 

길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주는 것이 절대 나쁜 일이 아닙니다.

함께 공존했으면 해요.

 

봉사활동 하시는 분들 보며 눈살 찌푸릴 일 없는데

왜 길고양이들에게 봉사하시는 분들은 마치 나쁜 짓을 하는 마냥

숨어서, 몰래, 눈치보며 해야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어요.

 

같은 아시아권인 중국이나 대만, 일본만 보아도 고양이에 대한 시선이 따뜻한 것에 반해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길고양이들이 이렇게나 살기 힘든 것인지..

 

 

조금만 열린 마음으로 바라봐주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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